1. Background/Process
AI 챗봇의 ‘페르소나’에 따라 사용자 행동이 달라진다고?
최근 진행한 AI 에이전트 경험 조사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사기 신고서 작성을 돕는 챗봇을 만들기 위해 사용성테스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챗봇이 어떤 ‘사람처럼 보이느냐’에 따라 사용자 행동이 달라졌어요.
즉, 챗봇이 가진 캐릭터성(ex. 로봇, 친구, 경찰 등)에 따라 사용자의 말투, 정보 제공 방식, 감정 표현 여부가 달라진 것이죠.
여기서 저는 ‘AI 캐릭터(페르소나)’가 대화형 AI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메타포’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에 따라 부가적인 사용성 테스트를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 이 실험은 약 1년 전, 한국에서 생성형 AI가 덜 대중화되던 시점에 진행되었기에 현재의 사용자 패턴과는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 테스트 설계: Wizard-of-Oz & 정성 분석
사용자 행동 패턴 추출 과정
챗봇인척 꾸민 메시지 방을 활용하여 5턴 정도의 대화 진행
(10명의 사용자, 경찰관 챗봇 / 친구 챗봇 사용자 각각 1:1 비율로 배치, 성별 및 기타 변수 고르게 분포)
대화 로그를 추출해서 메시지 길이, 감정 표현, 정보량 분석 + IDI 를 통해 공통 패턴 추출

1)경찰관 페르소나
- 보이스톤 : 공적인 말투, 명확하고 공식적인 안내, 감정이 배제된 표현
- 대화 예시 : “피해 조정을 위해, 피해 날짜와 금액을 알려주십시오.”
2) 친구 페르소나
- 보이스톤 : 편안한 말투, 공감 중심의 표현
- 대화 예시 : “진짜 당황스러웠겠다…얼마나 손해를 본거야?” / ”언제가 피해일자였는지 알려줘!”
2. Insight
사용자 행동 패턴 요약

1)경찰관 페르소나
- 발화 경향성 : 정확하고 정제된 말투로 대화했고, 감정을 배제하고 공식적으로 말하려 하는 패턴이 보였습니다. 일부 사용자는 부정확한 기억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표현도 가끔 보였고요. (“정확하진 않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 기대 범위 : 보다 정확한 문서 작성 및 상황 해결의 역할을 수행해 줄 것 같았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특히, 진정서 문서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서 초안 생성에 도움을 줄 거란 기대가 컸습니다.

2) 친구 페르소나
- 발화 경향성 : “그래서 불안감을 느꼈어”, 같은 감정 표현이 자주 나오고,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경향성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 연락을 못 본 상황이었는데,")
- 기대 범위 : 가볍게 공감해주는 친구 같은 역할의 챗봇이었으므로 정확한 문서 작성 보다는 감정 완화, 하소연 가능한 역할이 기대되었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메타포로서의 페르소나
이번 실험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페르소나는 사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 챗봇의 특징을 이해해야 하는지, 어떤 결과물을 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는 ‘메타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였습니다.
여기서 메타포가 무엇인지 잠시 설명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 완전히 처음 보는 구조를 그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대신,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나 사회적 규칙을 빌려와서 새로운 대상에 적용하게 됩니다. 이런 작동 방식을 설명할 때 종종 사용하는 유명한 사례가 하나 있어요.
‘휴지통’ 메타포의 사례
초기 데스크톱 환경은, 사용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파일을 ‘삭제’한다는 개념도, 저장 공간이라는 개념도 당시의 사용자에게는 직관적이지 않았죠.
그래서 당시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미 알고 있던 개념'을 빌려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바로 ‘휴지통’이라는 메타포였습니다.
- 불필요한 파일은 버린다.
- 버린 파일은 휴지통에 있고, 다시 꺼내올 수도 있다.
- 휴지통을 비우면 정말로 영구 삭제된다.
휴지통으로 비유된 아이콘은, 추상적인 파일 시스템을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주었습니다. 사용자는 컴퓨터가 실제로 어떻게 내부적으로 파일을 지우는지 모르더라도, “버린다 → 되돌린다 → 비운다”라는 익숙한 행동 모델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번 실험에서 관찰한 사용자 행동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경찰관처럼 말하는 AI와 대화 흐름을 보면 → 공식 기관에 말하듯 정돈된 문장을 쓰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문제 해결을 기대함
- 친구처럼 말하는 AI와 대화 흐름을 보면 → 친구에게 하듯 구체적이고 감정적인 문장을 쓰며, 문제 해결보다는 감정완화를 기대함
사용자들은 챗봇이 보여주는 메타포(말투, 역할, 상징)에서 단서를 얻어 봇의 쓰임과 역할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3. Review
이번 실험은 특정 페르소나가 더 효과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사용자가 대화형 AI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떤 멘탈 모델(Mental Model)을 형성하는지를 관찰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마주할 때 시스템의 내부 구조를 분석하기보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경험·사회적 역할·메타포를 가져와 새로운 대상을 해석합니다. 이번 실험에서 관찰된 사용자 행동의 차이 역시, AI의 실제 기능 차이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캐릭터(말투·역할·표현 방식)를 단서로 서로 다른 사용 방식을 예측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챗봇 설계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비유적 UI 요소는 사용자의 ‘AI 이해 방식’을 결정하는 단서가 된다
사용자는 챗봇의 말투, 프로필 이미지, 온보딩 문구 등 표면적 신호를 통해 해당 AI의 능력, 용도, 사용 방식을 빠르게 추론합니다.
이번 실험에서처럼 페르소나를 통해 메타포가 명확히 제시될 경우, 사용자는 자연어 발화를 더 쉽게 시도하고 '이 챗봇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 메타포는 기능 목적과 일관되게 설계되어야 한다
메타포가 실제 기능과 어긋날 경우 오히려 오해를 낳습니다.
가령 감정 지원이 목적이라면 따뜻한 톤과 부드러운 비주얼이, 정보 검증이 목적이라면 중립적인 톤과 정제된 UI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신호의 일관성은 사용자가 시스템을 예측 가능하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인간적인 표현은 기대치를 높일 수 있으므로 한계 안내가 필요하다
부드러운 말투나 권위적인 이미지 등 인간적인 표현은 사용자가 AI의 감정 이해 능력이나 전문성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요소를 활용할수록, 초기 메시지나 온보딩 과정에서 AI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안내하는 장치가 함께 제공되어야 합니다.
또한 실제 기관이나 전문가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AI 시스템의 성능만큼이나, '사용자가 그 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하도록 설계되었는가'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으로의 HAI 발전 과정에서 다양한 메타포가 등장하여 기술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ferences
- Google PAIR. People + AI Guidebook. Google, 2019.(2025년 4월 업데이트)
https://pair.withgoogle.com/guid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