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우스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방식 위주로 움직이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최근 변화의 속도는 빠른데,내가 보는 범위는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하이파이브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업계 선배들은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궁금했고,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견해도 접하고 싶었습니다.
세션 1. AI 시대, 지휘자가 된 디자이너

의도적 마찰 설계의 중요성
연사분이 강연 중 “의도적 마찰“이라는 개념을 언급하셨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 순간에는 의도적인 저항, 즉 인간의 선택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면 인간은 단순한 관찰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마찰을 의도적으로 심어야 합니다.
평소에 AI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인간-AI 간 협업에 대해 자주 생각해왔던 터라 상당히 와닿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지막 20%의 탁월함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수한 가능성 중 단 하나의 탁월함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프레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AI가 80%를 채워줄 때, 나머지 20%를 완성하는 역량의 예시로 다음이 제시되었습니다.
- 감정과 공감
- 맥락과 관계
- 문화적 해석
- 미묘한 차이에 대한 의사결정과 방향성 설정
공감이 가면서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인간의 역할이라고 정의하는 20%를 AI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건 당분간은 인간이겠지만, UX 디자이너의 주요한 역할이었던 '문화·맥락적 해석'이나 '공감 기반 설계' 자체를 AI가 맡게 되는 것도 어쩌면 시간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파고가 나왔을 때, 바둑에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자 심오한 예술이라 믿었던 수들이 순식간에 따라잡혔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바둑에서 '가장 인간다운 것'이라 여겨졌던 역할과 가치가 거의 사라지고, 스포츠 경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생태계가 재편되었다고 하죠.
디자인 업계에서도 지금껏 '인간의 역할'이라 여겼던 영역들이 하나씩 허물어진다면,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디로 수렴하게 되며 우리의 전문성은 어떤 요소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아직 명확한 답은 없지만, 계속 생각해볼 주제인 것 같습니다.
세션 2. AI 페르소나, 어떻게 하면 믿을 수 있을까요?
신뢰가능한 AI
두 번째로 들은 세션은 네이버의 UX 디자이너와 AI 엔지니어가 함께 발표한 세션이었습니다. 연사분이 주목하시는 문제와 그것을 정의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이 저와 공통점이 있다고 느껴 공감도 많이 하고,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HCI 베이스라는 점도, 기술 조직 내 디자이너로 일하는 환경도 유사해서일 수 있겠네요.
AI가 단순 도구를 넘어 협업자로 이동하는 지금, “이 AI를 믿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션에서 발표팀은 이 문제에 주목하고,조직심리학의 Mayer 모델(1995)을 차용하여 AI 신뢰를 세 축으로 정의했습니다.
• Ability — 전문성과 판단력이 있는가 → AI의 전문적 협업 태도
• Benevolence — 나를 돕고자 하는 태도가 있는가 → AI의 생산적 협업 태도
• Integrity — 압박에도 원칙을 유지하는가 → AI의 책임적 협업 태도
이 프레임을 시작으로, 신뢰 가능한 AI 동료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인구통계학적,지식베이스 등의 프롬프트를 조합해가며 원하는 형태의 AI 페르소나를 구성해보려는 시도를 해왔던 터라, 흥미로웠던 점도,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HCI에서 AX로
마지막 Q&A 시간에 나온 이 한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경험을 결정하는 것은 화면 디자인보다 페르소나, 즉 대화 자체에서 오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버튼, 레이아웃, 인터랙션 중심이던 기존 HCI에서, 텍스트와 대화 자체가 인터페이스가 되는 AX 로의 전환. 즉, UX 디자이너의 무게중심이 시각 설계에서 대화 경험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채팅형이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지금의 과도기 상태에서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였기 때문이지만 기술의 발전 방향을 보면 적합한 인터페이스 형태는 계속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이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10년간 인터페이스 설계의 중심이 웹과 모바일의 시각 요소였을 뿐,
자연어 자체가 인터페이스가 되는 지금은 사용자와의 접점을 구성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화 턴 설계, 보이스 톤, 추구하는 대화 경험의 정의 등도 UX 디자이너의 시야 안에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션 3. 30년 디자인 커리어를 위한 생각

앞선 두 세션이 AI 시대의 기술적 질문을 다뤘다면, 이 세션은 조금 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직업인으로서의 디자이너가 아니라, 존재로서의 디자이너를 키워라.
두 가지 자아
직업인으로서의 디자이너는 퇴근하면 사라지는 역할입니다.
반면 존재로서의 디자이너는 회사 밖에서도 남는 정체성, 색깔, 스타일입니다.
연사 분께서는 커리어가 쌓일수록 후자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AI 시대의 디자이너
AI 결과물과 사람의 작업물이 구분되지 않는 시대가 오면, 결국 가치는 만든 사람의 선명한 관점과 색깔에서 나옵니다.
이러한 '본인의 관점'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산출물을 낸다는 측면에서 미래의 디자이너는 아티스트를 닮아간다는 견해를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일단 AI 파도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현실적으로 와닿았습니다.
저 역시 디자이너의 역량 트렌드에 맞추어 스스로를 증명하고, 새 모델과 툴을 끊임없이 따라가는 과정에서 '직업인 자아'를 중심으로 생각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재로서의 디자이너를 키운다는 것이 단기간에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더 고민해 보려 합니다.
세션을 정리하며
갖추어야 할 역량이 두가지로 수렴한다고 느꼈습니다.
첫번째는 기술 변화에 주목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직무 능력은, 기술이 더 성숙하고 사용자들의 멘탈 모델이 변하면 하나씩 자연스럽게 흡수되거나 사라질 것들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편적인 스킬업 뿐 아니라 기술 환경에 귀기울이며 계속 성장하려는 태도인 듯 합니다.
두번째는 스스로의 직업 가치 명확히 세우기
본질적인 직업 정신과 가치를 정의해 두어야 합니다.
기술이 확장될수록 수단은 축소되고 지식의 접근성이 낮아질 것이며, 그에 맞춰 전 영역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재베열될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기회를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스스로의 커리어를 가져갈지 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느낍니다.
생각들을 정리하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던 세미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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